글번호
172210

우리 시대의 문해력

수정일
2022.02.23
작성자
김현지
조회수
325
등록일
2022.02.23

새해를 맞아 필자는 올해 책을 많이 읽어보자 다짐으로 책을 구매했다. 책의 첫 장을 넘기는 순간 오랜만에 마주하는 긴 줄글이 필자를 압도하였다. 그래도 읽어보자는 마음으로 꾸역꾸역 읽어보았지만 얼마 못 가 그치고 말았다. 한 문단에 모르는 단어가 수두룩했기 때문이다. 외국 원서를 읽는 것도 아닌데, 한글로 쓰인 책을 읽을 때도 단어 검색은 필수가 되었다.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문해력이라 한다. 단순히 글자를 보고 읽을 줄 아는 것뿐만 아니라 그 글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문해력은 최근 교육 이슈 중 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주제 중 하나이다. 이에 대해 작년 EBS는 문해력 관련 시리즈를 기획하며 흥미로운 조사를 했다. 중학생 2천400명을 대상으로 문해력 조사를 진행하였는데, 27%가 또래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게 나왔으며 초등 수준 정도밖에 안 된 학생들도 11% 정도로 높게 나타났다.

초등 수준의 문해력을 가진 학생들은 중학교 교과서 내용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이러한 학생들이 커서 대학생이 되고, 대학생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레포트를 ‘금일까지 제출’하라는 말을 ‘금요일까지 제출’로 알아듣고 왜 헷갈리는 표현을 쓰냐고 오히려 교수에게 적반하장으로 따지는 학생이 있었다. 또 ‘이지적(理智的)이다’라는 표현을 ‘easy하다’라는 뜻으로 알아듣기도 한다. 이처럼 많은 대학생이 한자로 된 개념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단어의 뜻을 대충 알거나 어림짐작하고 있는 경우 글을 읽어도 이해하기가 힘들다. 이렇게 점점 글을 멀리하고 책을 멀리하게 되는 것이다. 한글은 알지만 긴 글을 읽어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우리는 근래에 글을 얼마나 읽었는가? 요즘 아이들은 궁금한 것이나 모르는 것에 대해 찾아볼 때, 검색 포털에 검색하지 않고 ‘유튜브’와 같은 영상 플랫폼에 검색한다. 기사를 접할 때도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같은 SNS에서 간단한 카드뉴스 형태로, 유튜브에서는 영상으로 가공된 것으로 접한다. 가공된 정보를 가진 매체들은 우리가 직접 글을 읽는 기회를 점점 사라지게 만든다.

문해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으로 한자 배척과 대학 입시 위주의 교육시스템, 사회적 환경 변화를 들 수 있지만, 결국 독서력 부족으로 나타나는 결과이다. 한글이 한자의 어원을 가지고 있는 특성상 한자 표기를 병행하지 않으면 뜻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 또 입시 위주의 단순 암기 교육시스템으로 입시 문제집 어휘로는 문해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현대사회가 바빠지고 책 읽을 여유조차 없어지면서 실질적으로 문해력을 키울 수 있는 독서가 내팽개쳐지고 있다.

문해력 저하는 세대 간 소통의 벽을 만든다. 기사 댓글에서는 네티즌들이 서로의 댓글을 이해하지 못한 채 논쟁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베이비붐 세대, X세대, 밀레니얼 세대, Z세대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렇게 세워진 세대 간 소통의 벽을 허물기 위해 우리는 서로의 언어를 배워야 한다. 언어를 잃으면 그 사회는 정체성을 잃기 마련이다. 우리의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 우리 모두의 소통을 위해 덮어 두었던 책을 다시 펼쳐보는 것은 어떨까.

부윤진 기자

yundean09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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